하늘이 눈에 들어오니...
주일 9시 미사 후에 중고등부학생들이 모여서 교리를 받는 광경을 한참 바라보았다. 해맑고 발랄한 그들의 모습은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 멋진 광경이다. 그들의 밝음을 언제까지나 지켜주고 싶은것이 본당신부인 나의 마음이다.
하지만, 나의 바램과는 상관없이 요즘 출산문제이며 청소년, 청년들의 문제가 심각하다. 밝게 지내야 할 청년들은 진학과 취업난에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살아가면서 고민없이 살 수는 없지만 청년들이겪는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스스로의 무능함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현실의 삶 안에서 땅을 딛고 서서 빵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하늘을 바라보며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랜만에 본당을 맡은 이후로 삶이란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지식과 이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도 느낀다. 그동안 나의 사제의 삶이 온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인식한 만큼 이해했다고 할 수 없음도 고백한다. 많은 시간들을 하늘을 보지 않고 땅만 보며 살아왔다. 하늘을 보지 않고 땅만 바라보다가는 방향을 잃고 급기야 표류하기 십상이다.
한편 땅에만 눈을 두고 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삶은 얼마나 고달픈가? 잠시 쉴틈도 없고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더 나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더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청춘들이 밤낮없이 땀을 흘린다. 그들의 이력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참으로 화려하다. 다양한 연수 경험과 외국어 공인 시험 점수에 이런저런 자격증에 화려한 봉사 경력까지 어디 하나 빠질 것이 없다.
그러나 그렇게 달려오는 동안 그들은 몇 번이나 하늘을 우러러 봤을까? 자신의 스펙을 쌓는 동안 마음과 영혼을 위한 스펙은 얼마나 쌓았을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땅에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한 노력, 몸을 위해 갖춰야 할 스펙을 쌓는 일보다 하늘에 있어야 할 것들을 얻기 위한 노력, 마음과 영혼을 위해 갖춰야 할 스펙을 쌓는 일도 그 어느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나도 이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하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삶 앞에서 겸손해질 수 있다. 하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 땀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하늘이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나처럼 뒤늦게 하늘을 바라보는 삶을 살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