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풍랑에 맞서는 신앙인
며칠 전에 외국으로 파견되는 후배의 파견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에 참여하는 동안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실 때의 말씀이 생각이 났다.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 어디에서나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 고장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라”(마르 6,8-10). 이 말씀을 묵상해보면 복음 선포자들은 의식주에 관해서 어떤 보장도 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먹고 살라는 뜻일까? 우리는 이 궁금증을 아모스 예언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예언자 아모스는 자신의 처지가 양 떼를 키우고 돌무화과 나무나 가꾸던 별 볼일 없던 농부였다. 그러나 주님께서 “가서 내 백성 이스라엘에게 예언하라”(아모 7,15)고 명령하셨기에 예언자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아모스는 자신의 의지나 능력 때문에 뽑힌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모스의 고백을 제자들의 파견과 연결시켜 보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의도가 분명해진다. 지팡이나 여행보따리나 돈은 세상에 살아가기 위한 우리가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그런 것보다는 오로지 예수님을 신뢰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도들의 여행보따리나 전대에 있는 돈이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넘치도록 받은 것이다. 우리가 이런 사실을 빨리 깨달을수록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내시는 하느님의 뜻을 지혜롭게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주님께서 주시는 지혜와 통찰력이다.
복음 선포자의 기쁜 소식은 누가 뭐래도 예수님에게서 비롯된다. 복음 선포자는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려고 파견된 것이 아니다. “가서 내 백성 이스라엘에게 예언하라”는 말씀에서 나타나듯이, 주님의 백성을 위해 사명을 위탁받은 것이다. 그러기에 예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면 점점 꺼져가는 촛불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믿음 속에서 때때로 일어나는 거센 풍랑이다. 거센 파도가 몰아치면 우리의 내면은 불안해진다. 그 때에는 우리가 가진 지팡이나 여행 보따리나 전대의 돈, 그 어떤 것도 소용없다. 사실 불안은 그것을 해소하고 의지할 만한 방법이나 사람이 가까이 있지 않다고 느낄 때 오는 유혹이다. 이런 불안을 떨쳐 버리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와 함께 늘 계시는 예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다.
오직 주님만이 평화와 영적인 복을 베푸시고 열매를 맺게 해 주실 수 있다. 이 사실은 믿는 것이 신앙이다. 그리고 신앙인이라면 누구든지 언젠가는 거쳐야 할 내면의 거센 풍랑과 굳건히 맞서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