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까지 함께 하는 사랑
오늘은 다미안 신부님의 축일이다. 신학교에 입학한 1989년에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성인 중에 한 분이 나환자의 사도, 문둥이 성자로 불리는 다미안 신부였다. 당시의 시대상으로 남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사셨던 ‘마더 데레사’와 ‘다미안 성인’은 모든 신학생들이 존경하고 따라 살고 싶었던 성인의 순서에 항상 앞자리를차지할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으셨다.
다미안 성인은 1840년 벨기에서 태어나셨다. 1860년 해외선교를 주로 목적으로 삼고 있는 예수와 마리아의 성심수도회에 입회하여 ‘다미안’ 이란 수도명을 받고 1864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1865년 하와이 군도에 나병환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감염된 환자를 몰로카이 섬에 격리수용하게되었다. 그곳으로 옮겨진 나환자들의 참상을 전해들은 다미안 신부는 33세의 나이로 몰로카이 섬으로 건너갔다. 그는 그곳에서 12년간 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을 돌보았다. 그들이 숨을 거두며 그는 살이 짓뭉개진 육신을 앞에 놓고 기도하였고 하루가 멀다 하고 죽어가는사람들을 위해 관을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 다미안 신부는 목욕을 하려고 물을 데우다가 실수로 뜨거운 물을 발등에 쏟았다. ‘아차’ 하는 순간 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끊는 물에 데었는데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감각의 상실, 그것은 확실한 나병의 증상이었다. 다미안 신부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다 다미안 신부가 내린 결론은 ‘주님 당신 뜻대로 하십시오’ 하는 기도였다. 그리고 신부님은 이렇게 기도하였다고 한다.
“주님 감사합니다. 이제 저도 저들과 같이 나환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저도 저들과 똑같은 고통을겪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저들도 알 것입니다. 제가 저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치유할 수 없는 병에 결린 것을 감사하는 기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기도가 아니다. 자신이 받는 고통도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받아들이는 이 기도야말로 하느님을 향한 순명의 목소리이며 믿음의 음성이었다. 그 후 그는 4년간 몰로카이 섬에 가득한 나환자를 위해서 자신의 몸보다는 다른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다 쓰러져 결국 그 섬에 묻혔다.
우리는 핑계거리만 있으면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려 한다. 나 역시 남들이 흔히 겪고있는 질병을 통해서 나를 위한 방패로 내세울 때가 많이 있다. 다미안 사제처럼 자신의 고통보다는남의 고통을 우선하지 못하고 사목하기 더 편한 곳, 더 나은 곳으로 지향하고 있지 않은지를 반성해본다. 다미안 성인의 말처럼 “사랑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안 되고 고통까지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고통을 외면하고 평안함만을 추구한 나의 사제의 삶에 대해 용서를 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