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처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6-30 05:57 조회수 : 79
어린이처럼
지난주에는 보좌신부가 피정 중이라서 어린이 미사를 집전했다. 늘 느끼지만 어린이 미사는 늘 번잡하고 시끄럽다. 그래서 어린이 미사를 집전하는 것은 늘 힘든 일 중에 하나다. 그런데 아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 시간 정도의 미사시간 내내 신부님께 집중하며 조용히 기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미사 내내 떠들고 왔다 갔다 하거나 휴대전화를 보면서 게임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집전하면서 유일한 희망은 빨리 끝내고픈 마음뿐이다. 미사 중에 화를 내가 않고 나름 열심히 미사를 봉헌하는 보좌신부들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분들은 주일학교 교사들이 너무 통제를 하지 않고 방치 한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우리 어릴 때는 안 그랬어”라는 상투적인 말로 교사들과 어린이들은 꾸짖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 평일 저녁미사에 아이들이 참석하고 끝나면 성당 마당에서 뛰놀다 집으로 돌아간다. 그 시간에는 학원에 가는 것이 정상적인 삶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성당을 놀이터로 생각하면서 마음껏 놀고 있는 어린이들이 대견하다.
거룩함과 기쁨, 경건함과 즐거움은 서로 반대말이 아니다. 물론 신자로서의 기본적인 예절은 당연히 갖추어야 하고 묵상과 기도는 신앙생활의 가장 큰 뿌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성당에서의 즐거움과 재미를 찾는 일 또한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평일미사 후에 내가 직접 커피와 차를 내려서 나눔을 하는 하는데 신자들이 미사 후에 집으로 바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성당에서 머물고 다양한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나누면서 편안한 시공간의 여유를 즐기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나도 좋다. 그리고 어느 신자가 하신 말씀이 가슴 깊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성당에 와서 미사를 하고 신부님이 직접 내려주시는 커피와 신자들을 대하는 밝은 모습은 시원한 강론과 더불어 하루를 사는 기쁨의 원천입니다.”
사제인 나는 신자들이 주일에는 반드시 성당은 가야만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어렸을 때 시골 외할머니 댁을 찾아갈 때 두근거리면서 설레는 마음을 신자들에게 심어주고 싶다. 미사시간에 웃고 떠들고 그러다 야단도 맞고 그러면서도 다음 주 미사에 열심히 웃고 떠들러 나오는 어린이들처럼 어른들도 뭐 재미있는 일 좀 없나 하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미사를 봉헌하러 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