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신교 십자가에는 예수님의 형상이 없는 걸까?
본당 마당에 모시기로 한 예수성심상과 성모상을 위한 대리석을 구입했고 열심히 작업을 시작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눈을 감고 성모동산에 성모상과 성당 마당 한 구석에 자리 잡고 계실 예수성심상을 상상해본다.
성화상이란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천사, 성인들 혹은 교회 역사상에서 성스러운 사건을 재현해 놓은 형상이나 그림을 말한다. 예전부터 신앙인들은 성화상을 통해 성인들이 자비를 베풀고, 삶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며, 병을 치료해 주고, 악마를 쫓아내는 등 영적인 은총의 통로가 된다고 믿어 왔다. 성사적 차원에서 본다면 준성사라고 할 수 있다. 준성사는 교회가 관여하여 하느님으로부터 영신적이고 형세적인 은혜를 얻기 위해 하는 행동이나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집 축성이나 차량 축복식이 그 한 예이다.
십자고상이나 성모상과 성스런 그림 같은 성화상은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표현하는 상징물이다. 이러한 성상과 성화는 구약시대 이스라엘 주변의 여러 민족들이 신의 형상을 만들어 그 형상을 절대적인 것으로 숭배하였던 것과는 다르다. “너희는 그들이 모시는 혐오스러운 것들과 우상들, 나무와 돌과 은과 금으로 만든 것들을 보았다”(신명 29,16). 사람들이 신상 자체가 신적인 힘을 가진 것으로 믿고 숭배하고, 그런 신상을 공경한다면 우상을 섬기는 것이다.
교회의 성상과 성화는 그 자체가 신적인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물로 기도의 집중을 도와주고 그 상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더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따라서 성상 자체를 공경하는 우상과는 다른 것이다.
십자가는 여러 성화상 중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으로서, 십자가에 대한 공경은 4세기 초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뒤부터 시작되었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에서는 가톨릭과의 차별을 위해서 처음엔 십자가를 사용하지 않았다. 어떤 형상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하느님께로 향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십자가에 예수님의 형상을 만든다는 것은 우상숭배적인 차원에서 본 것이다. 개신교에서 십자가는 구원의 사건을 기억하는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톨릭처럼 준성사적인 개념은 없다. 즉 개신교에서 십자가를 사용하는 의미는 구원의 사건을 바라보고 되새기는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누가 맞고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다만 십자가나 성화상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이해하지 않으려하고 무조건적으로 우상 숭배라고 폄하하는 개신교의 행동은 지극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멸망할 자들에게는 십자가에 관한 말씀이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을 받을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입니다”(1코린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