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기도 뿐이다
지난 밤도 너무 더웠다. 달력을 보니 오늘이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다. 그러고 보니 창문을 열고 맞이하는 아침 공기는 어제와 다르게 살짝 시원한 것은 나의 기분 탓일까? 제 아무리 더워도 시간이 지나가면 이또한 지나간 추억이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사십 일 기도하는 동안 사탄의 유혹을 끊임없이 받으셨다. 예수님께서는 유혹을 단호하게 물리치셨다. 그렇다면 유혹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 걸까? 우리의 교리에서는 이 세상, 육체, 악마로부터 온다고 알려져있다. 그런데 우리가 유혹을 이겨내기가 힘든 것은 아주 다정하고 조용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유혹은 간교함이나 그럴듯한 설득으로 또는 어떤 쾌락을 제공함으로써 사람을 죄의 길로 안내한다.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도 악의 세력은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도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셨지만 단호하게 극복하셨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다.
보좌 신부 시절 성당 근처에 한 원로 신부님이 사셨다. 그분은 오랫동안 중풍으로 고생하셨다. 혼자서 미사를 봉헌하시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이 불편하셔서 매달 봉성체를 청하셔서 시간이 될때 내가 혼자서 방문해서 봉성체를 영하시게 하거나 미사를 함께 했다. 그때마다 그분은 나에게 고해성사를 보셨다. 비록 몸은 불편하셨지만 성사를 정성껏 보셨다. 신부님의 고해를 듣고 짧게라도 훈계해달라고 하시면서 열심히 들어주셨다. 고해성사를 드린 후에는 반대로 내가 그분께 고백성사를 보았다. 그러면 재미있게도 신부님께서는 내가 당신께 드린 보속을 나에게도 똑같이 주셨다.
어느 날, 신부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난 요즘 들어 밤에 너무 고통이 심해서 하느님을 많이 원망하고 있어. 고통이 심해지면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여러가지 유혹이 너무나도 심하게 나를 괴롭혀서 힘이 들어. 내가 진짜 무서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혹시라도 고통 때문에 내 믿음을 버릴까 봐 그게 두려워.”
그리고는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시면서 나에게 안수와 기도해 주기를 청하셨다. 내가 신부님의 머리에 손을 얹자마자 신부님은 “천주님! 죄송합니다. 예수님! 죄송합니다. 성령님! 정말 죄송합니다.” 하면서 어린애처럼 엉엉 우셨다. 안수를 주던 나도 같이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몇 달이 후에 신부님은 세상을 떠나셨다. 지금도 가끔은 신부님께서 유혹에 빠지지 않게 기도해달라고 하시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이 난다.
우리가 유혹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예수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인간은 오직 은총의 도움을 통해서만 모든 유혹을 견디어낼 수 있다. 많은 성인들도 예외 없이 많은 악의 유혹을 받았지만 겸손하고 열정적 기도로 그 많은 유혹의 손길을 물리치셨다. 언제나 유혹은 눈 한번 질끈 감고 자기 말을 한 번만 들으라고 손짓한다. 그래서 때로는 유혹에 빠져 죄를 짓고 살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때마다 다시 한번 주님께 용서를 청하면서 다가가는 믿음의 용기이다. 그러면 그럴때마다 주님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고 용서해 주시고 안아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