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내 삶의 수단인가, 목적인가?
오늘 복음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어하는 사람이 예수님께 방법을 물어온다. 그는 율법에 있는 계명을 지키면서 살았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뜻밖의 한가지를 더 제시한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 19,21) 그러자 그 젊은이는 슬퍼하면서 떠났다. 그는 앞으로 주어질 영원한 생명보다는 당장의 재물이 더 소중했던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나 목표는 무엇인가?”를 물어온다면 어떻게 대답을 것인가? 역설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게 삶의 목표인가요?”라고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버는 일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인생에서 돈 이외에도 중요한 가치와 의미는 얼마든지 많다. 그런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말과는 다르게 돈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부 잘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를 원하는 대학생부터 어떻게든 더 좋은 동네에 있는 큰 아파트로 이사 가기를 원하는 주부와 최고급 자동차나 골프 회원권을 사기 위해 애쓰는 가장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은 ‘돈’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돈에 삶을 가치와 목표를 두고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 많은 돈을 모았다고 가정을 해보자. 아파트 평수는 상당히 넓어졌고, 최고급 승용차를 몰게 되었으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많은 월급과 수입이 가능하게 되고, 주말마다 명품 쇼핑이나 멋진 곳에서 식사나 사교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그런 삶을 충분히 즐기는 동안 만족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답은 불행하게도 ‘아니다’에 가깝다. 구천 마지기 농부는 만 마지기 농부를 부러워하기 마련이다. 여전히 마음속은 그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은 것 때문에 허전하고 텅 빈 것 같다면 어찌 된 것일까?
외양은 화려해졌으나 내면은 초라할 뿐이라면 성경에 나오는 회칠한 무덤이요, 속 빈 강정에 지나지 않다. 무엇보다 안쓰러운 건 그렇게 성공을 일궈낸 당사자들의 마음이 온전히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쟁에 치여 피로감과 무력감, 고독감에 짓눌려 있는데도, 이를 회피하면서 또 다른 보상을 받으려는 듯 더욱 피상적이고 자극적인 쾌락을 탐닉하게 될 뿐이다.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재벌 자녀들이나 유명정치인의 자녀들이 마약이나 지나친 음주로 무리를 일으키는 일들이 빈번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가 있다.
물론 살아가는 데는 돈이 필요하다. 돈 없이는 단 하루도 살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하지만 정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돈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도구일 뿐, 인생의 궁국적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 우선 순위가 바뀌면서 우리의 삶은 만족하지 못하고 황폐하게 변하고 말았다.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재의 삶이 풍요로워졌는데도 여전히 정신적으로나 내면적으로 그때보다 더 가난하고 어렵다면 분명히 근본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