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큰 것이다
세상에 사는 나무 중에 엄청나게 큰 나무를 꼽으라면 ‘세쿼이아’라는 나무를 생각하게 된다. 미국에 사는 세쿼이아 나무 중에는 이천 년을 넘게 살았고, 높이는 80미터, 나무 둘레는 30미터, 무게는 1,300톤이 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큰나무의 씨앗은 무척 작아서 잘 보이도 않는다고 한다. 매년 봄이면 거무튀튀한 나무에서 형형색색의 꽃과 어린 연두색의 새순이 피어 나오고 가을이 되면 달콤한 열매를 맺는다. 자연을 통해서 하느님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복음의 겨자씨 비유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첫째, 작지만 큰 생명력이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 삶 속에서 미소, 작은 선행, 작은 관심, 작은 용서 같은 것들은 점점 자라나 하느님 나라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느님 나라가 작은 겨자씨같이 시작된 것처럼, 작은 무관심, 사소한 거짓말, 미움, 시기, 질투 같은 것들도 점점 자라나 지옥 같은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힘이 계신다는 것이다. 수천억 개 은하의 엄청난 우주가 존재하고, 작은 씨앗이 거대한 나무로 변하고, 봄이면 꽃들이 만발하고, 옹알이하던 아기가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하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셋째, 세상만사가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작은 겨자씨가 순식간에 큰 나무가 안 되는 것처럼 하느님 나라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 나라는 한 사람의 슈퍼맨이 갑자기 세우는 것도, 제도와 법으로 인간을 통제함으로써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꽃이 피는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국에는 활짝 피듯이 하느님 나라도 천천히 자연스럽게 변화되어 이룩되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여러 사람의 작은 마음, 작은 선행, 고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급증을 버리고,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하며, 작은 것, 작은 일, 작은 마음들도 소중히 여기는 삶의 태도를 지녀야 한다. 사랑은 전염성이 있어서 누군가 시작하면 그 사랑을 받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작은 겨자씨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되듯이, 우리의 작은 사랑들도 모이면 세상을 바꾸는 큰 사랑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 돈이나 재물의 힘을 철석같이 믿으면서 우리 뒤에 계신 하느님의 사랑의 힘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진정한 힘은 그 사랑이라는 것을 깨우치면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신앙인의 삶이라는 것을 깨우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