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어느 목수의 이야기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9-05 05:32 조회수 : 86

어느 목수의 이야기 


어제 성당에서는 대성전의 출입문 교체 작업과 성전 도색 작업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사목회와 함께 계획을 세워서 별로 걱정이 없지만 모든 일이라는 것이 첫날이 매우 중요하기에 휴일은 반납하고 하루종일 지켜보았다. 작업에 혼신을 힘을 기울여주신 작업자들과 종일 함께 수고해주신 시설분과 이대복 안드레아 형제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나는 작업 현장에서 공정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 성전을 새로 짓거나 보수를 할 때도 나는 가장 일찍 현장에 가서 가장 늦게 현장을 빠져나왔다. 이유는 오너가 현장에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거나 고쳐지는 과정에서 하느님께서 천지창조 하시는 모습과 비슷함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을 하게 된다. 


중국 노나라에 나무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 재경이라는 목수가 있었다. 그가 악기를 만들면 모양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마치 소리가 살아 있는 것 같았다. 한번은 거문고를 만들었는데 어찌나 뛰어났던지 그 소문이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왕은 그 거문고를 가져오도록 명령했다. 왕이 재경에게 물었다. 

"그대가 만든 거문고는 참으로 훌륭하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대는 어떤 기술을 지녔기에 그토록 뛰어난 악기를 만들었는가?

그러자 재경은 망설임없이 말했다.

"임금님, 저는 그저 평범한 목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렇다 할 아무런 기술도 없습니다. 단지 저는 악기를 만들기 전에 제 마음과 몸을 깨끗이 할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그다음에는 만들 악기에 대해서만 깊이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흘을 보내고 나면 악기를 잘 만들어서 세상에 이름을 떨친다든가 상을 받는다거나 하는 욕심이 없어집니다. 다시 그렇게 닷새를 보내고 나면 사람들의 어떤 비난에도 칭찬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이레째가 되면 세상 어떤 것도 제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오로지 악기 만드는 일에만 전념하게 됩니다. 그때 비로소 저는 악기를 만들 나무를 구하기 위해 산으로 올라갑니다. 저에게 이것 이외에 다른 기술은 진정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재경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어떤 어려움도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초지 일관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일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마음을 비우는 것, 오롯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만 마음을 모으는 것, 그런 삶의 자세가 행복한 삶을 만들어 준다. 마음을 비우는 것 이외에는 악기를 잘 만드는 기술이 따로 없다는 재경의 말은 언뜻 지나치게 겸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장과 인위적인 것이 전혀 없는 담백함이 느껴졌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마음이 재경의 마음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재경의 마음이 되려면 평생을 걸쳐서 꾸준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 우리도 그들처럼 초연한 모습을 조금은 닮아가게 되는 것이다. 재경이 말한 것처럼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것은 올바른 마음가짐을 지닌다는 것이며 욕심을 버린다는 것이다.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그 대상에 온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자기 일에 온 마음을 모아서 실행하다 보면 우리들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본당 성전의 출입문 교체와 성전 페인트 작업도 신자들의 기도와 관심이 있기에 잘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