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십자가 사랑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9-07 05:54 조회수 : 104

십자가 사랑 


성경 말씀의 핵심을 뽑으라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들도 하느님도 사랑하고 이웃도 사랑해야 한다. 예전에 어느 개그맨이 말한 “그까이 거 대충”처럼 하느님과 이웃을 대충 사랑해서는 안 되고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진정한 신앙이라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도 벅차지만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는 것까지 병행해야 한다. 역으로 이야기 하면 둘 중 한쪽만 사랑해서는 완전한 사랑도 아니요 신앙인도 아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수직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나와 주님의 관계는 수직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수평적인 사랑이다. 인간은 원천적으로 수평적인 관계이다. 지위와 재물을 많고 적음, 학식의 차이가 절대로 수직적인 관계를 만들 수 없다. 이 수직적인 하느님 사랑과, 수평적인 이웃 사랑이 만나는 것이 십자가 사랑이다. 십자가 사랑 그 한 가운데에 누가 있는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운데 매달려 계시고 있다. 부족한 인간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잊을까봐 그 한 가운데서 계시면서 우리들이 그 의미를 깨달으라고 계신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적지 않는 사람들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별개의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이웃을 사랑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아니면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다고 착각하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결론적으로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이웃을 사랑할 수는 없다. 하느님을 믿지 않으면서 이웃을 사랑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다. 천성이 착한 사람들, 양심적인 사람들, 교양과 예의가 바른 사람들, 하느님을 믿지는 않지만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불완전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이웃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이익이나 만족을 위해서, 또는 어떤 보답을 바라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런 경우 자신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거나 손해가 된다면 더 이상 그 이웃을 사랑하지 않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하느님과 연결되지 않은 인간들끼리의 사랑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한 사랑이거나 이기적인 사랑으로,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진정한 사랑이란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웃을 사랑하는 그런 사랑이다. 하느님과 연관된 사랑만이 진정한 이웃 사랑이다. 하느님을 사랑하면 이웃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을 보고도 절을 한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사람과 관계된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하느님이 좋아하는 모든 일을 실천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