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상상해보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9-23 01:41 조회수 : 146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상상해 보자 


오늘은  성지순례의 첫날로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전과 시내에 있는 여러 성당들을 방문했다. 성지순례를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베드로 대성전의 규모는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이번에 가장 놀랍고 감동을 준 것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의 성상이 바티칸에 모셔졌다는 것이다. 성상 앞에서 대림동 신자들과 내가 아는 많은 신자들을 위해서 한참을 기도하였다. 이번 성지순례의 커다란 목적을 순례 첫날에 이룬 것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은 첫번째 교황이셨던 베드로 성인과 역대 교황들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즉 그분의 죽음과 상관이 있는 것이다. 외관과 성전 안은 이 세상 여느 종교시설 못지않게 화려하지만, 그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순례하고 미사를 봉헌하면서 나는 순교자 성월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를 반성해 보았다. 한편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묵상하였다. 어떤 사람에게나 죽음은 겁나는 일은 분명하다. 분명히 성인들도 죽음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인들의 순교를 통해서 우리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셨다. 그런 의미에서 성지순례는 다른 여행과는 달리 깨달음의 기쁨과 한없는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그래서 신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성지순례는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면서, 얼마나 하느님께 충실했는지를 반성하는 시간이면서 그런데도 부족한 나를 항상 품어주신 것을 감사하는 시간이다. 살면서 초조해하고 마음 졸이고 삶을 살아온 것을 깨닫고 진리의 삶을 사는 것을 기뻐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사람들은 대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가치 있게 여겼던 것들이 돌아보면서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대부분의 신자들도 순교성인들처럼 자신이 살면서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대신에 사랑하는 사람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사소한 일들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기도를 드렸으면 한다. 나도 자신과 신앙 공동체 구성원들이 좀 더 발전하는 신앙인들이 되기를 기도하겠다. 

 

순교자 성월인 지금, 자기 죽음이 찾아오는 순간에 대해 상상하면서 인생을 좋게 변화시킬 기회가 남아 있다는 감사드리고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기에는 참으로 좋은 시기이다. 

자신의 임종이나 장례식을 떠올려 보는 일이 겁나고 고통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잠시의 두려움과 슬픔 뒤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면 그만큼이나 멋진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