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해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0-09 04:38 조회수 : 102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해라 


이 습관은 만족스럽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지름길이다. 본질적으로 ‘먼저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타인에게는 좀 더 관심을 갖고, 반대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이해하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는 것을 뜻한다. 자신과 상대방에게 이익이 되는 원활한 소통을 원한다면, 우선 먼저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해야 한다.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그가 무엇이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이해할 때, 그는 역설적으로 당신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거꾸로 이루어질 때는, 상황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만다. 상대를 이해하기에 앞서 자기 생각만을 주장할 경우, 상대방과의 사이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의사소통은 벽에 부딪히고, 결국 다툼이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대다수는 이러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게 문제다.


나는 면담을 하다가 재정 문제로 심한 갈등 속에 있는 부부를 만났다. 그 부부는 결혼을 한 지 10년이 훨씬 더 되었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늘 다툼이 있었다. 남편은 아내가 푼돈까지 아껴서 저축하고 싶어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반대로 아내는 남편이 돈을 헤프게 쓰는 것이 늘 못마땅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로 살다 보니 지혜롭게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것이다. 면담을 자주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면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해결책은 너무나도 간단해 보였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그 부부가 각자 자신이 상대방으로부터 이해와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경우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각자 자신이 상대방의 말을 가로막지 않고 충분히 들어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자신이 말을 하는데 상대방이 말을 가로채면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부터 내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화를 시작하기 전부터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보고 판단해야 한다.


마침내 아내는 자신의 친부모가 겪었던 경제적인 어려움의 원인과 그 과정을 남편에게 진솔하게 이야기했고 자신은 열심히 저축해서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아버지로 인해서 겪었던 파산의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자신이 너무나도 아끼는 삶을 살고자 해서 그동안 시부모에게 야박하게 했다는 점도 늘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했다. 이 두 사람이 상대를 이해하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절망감은 연민으로 바뀌었다.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누가 옳고 그르냐는 식의 문제와는 무관하다. 이것은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삶의 철학이다. 여러분도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원망하지만 말고 이제부터라도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이것이 보다 사랑이 넘치는 관계를 맺기 위한 첫걸음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