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지내면서
추석은 우리말로 ‘한가위’ 라 부른다. 이것은 크다는 뜻을 지닌 ‘한’과 ‘가운데’를 뜻하는 ‘가위’가 결합된 말로 8월 가운데 가장 큰 날이란 의미이다. 한가위는 설과 함께 우리 민족의 2대 명절로 꼽힌다. 추석은 무더위가 한풀 꺽이고 서늘한 가을이 시작되는 때이며, 무엇보다도 농경민족의 가장 큰기쁨인 추수철이 시작되는 때다. 추석은 이미 신라 시대에서도 큰 잔치로 지냈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로 우리 민족의 오랜 축제다. 농경민족이었던 우리 조상은 수확의 계절에 무엇보다 먼저 하늘에감사의 제사를 지냈다. 이런 여러 제사의식에서 유래한 추석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몇 가지 중요한의미를 지닌다.
하늘에 제사 지낸 제천의식에서 유래한 추석은 우리 민족이 지닌 하늘에 대한 생각을 잘 담아내고있다. 고대 우리 문화에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하늘의 자손이란 의식이 잘 드러나고 있다. 국가의 통치자는 하늘을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의식은 거의 모든 민족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농경민족으로서 우리 조상들은 무엇보다 한 해의 결실에 감사하고, 고된 노동의 열매가 맺어지는 가을에 제일 먼저 하늘에 감사의 제사를 올렸다. 비록 하느님에 대해 분명하게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근본적으로 하늘에서 왔으며 하늘을 향해 사는 존재임을 잊지 않은 축제의제사가 추석의 기원인 것이다. 추석은 우리 존재는 물론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신 하늘에 감사드린 축제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은 무엇보다 하늘에 향한 존재임이 드러난다.
그러기에 추석은 감사하는 시간이다. 하늘에 드리는 감사는 물론이고, 자신들의 삶을 가능하게 한모든 것, 먼저 조상에게 그리고 함께 노동한 이웃에게, 더 넓게는 이날에 가능하도록 한 자연에게도감사하는 놀이가 추석이다. 감사의 축제는 자신과 자신의 좁은 울타리에만 머물지 않고, 공동체의화해, 자연에 대한 감사까지 포함하는 즐거운 놀이로 이어졌다. 이러한 감사는 언제나 나눔으로 드러난다. 조상에게 드리는 제사는 조상과 나누는 것이며, 가족과 이웃, 마을 공동체와 나누는 시간은추석의 공동체 놀이로 나타난다. 그러기에 감사하는 존재로서 인간은 서로를 나누는 존재이다.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축제로 드러내는 존재가 한가위에 보는 우리 모습이다. 한가위 축제를통해서 인간은 감사하고 나누는 존재로 드러나야 한다.
추석의 의미를 이렇게 문화적으로 살펴보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과 일상, 이웃과 공동체의삶은 하늘이 주신 선물임을 자각하고 그것을 감사하는 데 있다. 감사와 나눔은 소유의 많고 적음에따라서가 아니라 감사하는 우리들 마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