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지름길
어제는 '모든 성인 대축일'이었고, 오늘은 '위령의 날'이다. 오늘은 죽은 조상들을 기억하면서 그들이 생전에 그토록 원했던 하느님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기원하는 날이다. 돌이켜 보면 오늘은 망자를 위한 날이기도 하지만 살아 있는 우리에게도 올바른 신앙생활과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면서 살기를 다짐하는 날이기도 하다.
어제와 오늘 복음에서 가장 중심적인 내용은 ‘행복하여라’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통해서 행복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말씀하고 계신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양하다. 그래서 행복해 보이는 사람조차도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곤 한다. 이유는 기준이 다르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타인이 모르는 자신만의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실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방황을 하기도 한다.
나는 나름의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은 ‘기분이 좋고 나쁠 때의 횟수와 정도보다는 기분이 나쁠 때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사람들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그것을 잊기 위해서라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아주 열심히 일하기도 한다. 물론 최악의 상태라면 처신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극복할 수 있는 상태라면 열심히 일을 통해서 모든 것을 잊어보려고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보다는 망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행동은 다음에도 같은 문제를 가져오게 되므로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들기 일쑤다. 반면에 매사에 마음의 여유를 갖고 원인에 대한 분석과 더 나쁜 상황에 빠지지 않았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결과는 다를 수가 있다.
크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긍정적인 일과 부정적인 일은 누구에게나 항상 온다. 행복한 사람들은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 지금 어려운 순간도 곧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인생에서 여러가지 변화의 불가피성을 나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분이 저조하거나,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도 억제된 태도와 자신의 지혜로 감정을 다스리려고 노력한다.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자기감정에 맞서 싸우는 대신, 이 나쁜 감정 역시 사라지게 될 거라고 믿으면서 기다린다. 부정적인 감정에 대항하거나, 그것으로 인해 당황하기보다는 차분히 수용함으로써 품위를 지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수시로 기분이 나빠지고 언짢은 일이 생긴다. 그러나 지혜롭고 행복한 사람들은 기분이 나쁜 감정에 자신을 매몰시키는 행위를 절대로 하지 않는다. 조만간 다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침울한 기분에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기분이 나쁜 상태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것이다.
이제 기분이 울적해질 때마다 그것에 맞서려 하기보다는 느긋해지려고 노력을 해보자. 그리고 자신이 전전긍긍하지 않고, 우아함을 유지한 채 침착해질 수 있는지 지켜보도록 하라. 부정적인 감정과 싸우려 들지 않고 품위를 지킨다면, 그 기분 나쁜 감정들은 저녁해가 지듯 틀림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