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커피잔이 이미 깨졌다고 상상해 보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1-01 04:47 조회수 : 110

커피잔이 이미 깨졌다고 상상해 보라 

 

오늘은 ‘죽음 생각해보는 위령성월의 첫날이면서 '모든 성인 대축일'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전례 안에서는 기념일로 보내지 않고 있는 성인들을 생각하면서 하느님과 함께 영광을 누리는 성인들의 모범을 본받고자 다짐하는 날이다. 


매일 글을 쓰는 과정에서 항상 고민은 필연적이다글의 내용도 그렇지만 제목을 정하는 과정에서의 고민도 못지않다오늘 제목은 내가 30 전에 신학교에서 아끼던 커피잔을 깨트린 후에 깨우친 내용이다신학교에 입학한 기념으로 할머니로부터 선물을 받아서 소중하게 사용하던 커피잔을 어느날 실수로 깨트렸다커피잔은 할머니께서 나에게 마지막으로 주신 선물이었기에 유품이나 마찬가지였다. 부주의로 잔을 깨트렸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잔조각들을 쓰레기통에 버리려다가깨진 커피잔 조각을 접착제로 붙여서 원래 모습대로 만들어서 버렸다흙에서 시작해서 어느 도공에 의해 커피잔으로 태어났지만나의 부주의로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이었다 작은 사건은 나에게 살아가는데 나름의 교훈 주었다모든 사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며생명이든 물질이든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시작과 끝이 같다 생각이 든다우리 주변에서 흔히   있는 나무도 씨앗으로 시작해 엄청나게 크게 자랐다가 결국에는 흙으로 돌아간다문명의 상징물인 자동차기계옷들도 처음에는 나름 멋을 내다가 끝내는 닳고 부서져서 한동안 갖고 있던 모습에서 본의 모습인 흙으로 돌아간다우리의 육체 또한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어서 반드시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커피잔이 깨져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인생은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며 언젠가는 반드시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내 앞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라거나 실망을  하게 된다그러한 자기 철학을 확실히 갖고 있다면 무언가가 파괴되거나 누군가 죽음으로 사라져 버렸을 오히려 지금까지 함께 했던 인연에 감사할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언젠가는 죽음을 통해서 나와의 연이 끊어질 것이라고 미리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그리고  예상이 상상 속에서만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언제든지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마음을 먹자. 만약 상상에서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내 마음은 순간 커다란 슬픔이 닥칠 것이지만 이내 그 동안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에 대해서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것이다이러한 깨달음은 인생을 새롭게 변화시켜 준다. 함께 있는 이 시간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고, 마음의 안정을 유지할  있게 해줄  아니라, 세상에 대한 생각과 시선이 이전과는 비교할  없을 만큼 넓고 관대해질 것이다. 그로인해서 우리 삶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게 빛나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