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위장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음식을 저장하고 소화하는 중요한 기관인데 한정된 능력을 갖고 있다. 만약 배가 부른데도 음식을 입안으로 밀어 넣으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몸의 움직임은 둔해지고, 소화 기능은 약화가 되고, 마침내는 위장이 고장날 것이다.
뇌도 마찬가지이다. 정보를 저장하고 정리하는데 한꺼번에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면 우리의 뇌는 마치 과부하가 걸린 컴퓨터처럼 회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판단을 잘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자신의 한계보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은 오히려 판단력이 저하되어 중요한 결정을 망치거나 사람을 잘못 보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자동차 엔진이 과열되면 식혀주듯이 뇌도 쉬게 해주면 된다. 그럼 어떻게 쉬게 해주어야 할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자극을 차단해주면 된다. 뇌에 더 이상의 자극과 정보가 들어가는 것을 막고, 그동안 들어온 정보들을 기존의 정보와 통합할 시간을 주면 된다. 과식한 사람에게는 음식을 그만 먹게 하고 소화할 시간을 갖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우리 교회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프로그램을 실시해왔는데, 피정이 바로 그것이다. 인터넷도 티브도 없는 곳에서 침묵 속에 며칠을 보내는 피정은 그동안의 많은 생각과 정보를 정리할 시간을 주기에 삶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켜 준다. 기도와 명상을 통한 피정의 시간은 많은 것을 정리하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성령께로 나를 이끌어주시는 은총의 시간이기도 하다.
한편, 공부도 많이 하고 책도 열심히 읽는 사람이 의외로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경우도 많다. 책을 많이 읽으면 지식은 늘겠지만, 자동적으로 사람 보는 안목이 느는 것은 아니다. 사람 보는 안목은 복합적이고 지속적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단체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실제로 사람을 만나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비유를 들자면 책으로 수영하는 법을 공부하는 것과 직접 물에 들어가서 수영을 배우는 것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은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을까 두려워 현실에서 도피하다 생긴 부작용일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서로 친교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나 단체에 들어가서 대화하고 사람을 익히는 기본 훈련부터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