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지금 이 순간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하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1-30 05:01 조회수 : 79

지금 이 순간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하자 


살다 보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동시에 몇 가지 일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일전에 운전하는데, 정차해 있는 옆 차에서 한 남자가 커피를 마시면서, 면도도 하고 통화를 동시에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못 하는 나에게는 참으로 신기한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우려스러운 마음이 생겨났다. 이것은 단지 그 남자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나도 자주, 한 번에 한 가지 이상의 일을 해결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모든 일이 원만히 잘되기를 희망한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그 원인을 생활의 다변화와 편리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인 휴대폰은 사람들의 삶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일하면서 동시에 통화를 하는 것은 아주 일상이 되었다.


예전에 나는 동창 신부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친구는 나를 위해서 커피를 내리면서 동시에 전화를 받았고 저녁 식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내 생각에는 저녁 식사도 중요하지만 초대받은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생각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와 대화를 이야기하면서 마음은 딴 데 가 있거나, 서너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는 초대받은 상대방은 자신이 소외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기능적인 면에서 바라본다면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 그 일 하나하나에 집중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나 효율성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리게 될 뿐 아니라, 집중력이 떨어져서 실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각각의 시간을 나누어 계획을 세우고 한 번에 한 두 가지 일만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씻건, 전화하건, 운전하건, 아이와 놀아주건, 배우자와 얘기하건, 잡지를 읽건, 오로지 한 두 가지 일에만 전념하려고 노력해 보자.


더불어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충실히 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설거지나 옷장 청소 같은 일상적이고 소소한 일이라도 이것을 즐기게 된다. 무슨 일을 하든 산만해지지 않고 집중하기만 하면, 현재 벌이고 있는 일들에 몰두하고 흥미를 갖는 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 무슨 일이든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해내는 자기 모습에 놀라게 된다. 나는 현재의 순간에 더욱 충실하게 되면서부터, 글쓰기나 독서, 기도와 면담과 같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처리해 내는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다. 그것은 한 번에 한 가지만 하겠다는 결심과 실천이 함께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