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님의 기도
주여,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당신과 만나고 싶습니다.
당신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목숨 다하는 그날까지
당신과 함께 영원을 향하여 걷고 싶습니다.
형제들을 위한 봉사 속에 형제들을 위한 가난 속에
그들과 함께 모든 것을 나누면서
사랑으로 몸과 마음 다 바치고 싶습니다.
예수는 우리를 부(富)하게 만드시기 위해
자기를 비우셨습니다.
우리에 대한 사랑이 예수님의 가난의 이유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가난 자체만으로는 소용이 없습니다.
주여,
우리에게 당신 성령의 빛을 가득히 내려 주소서.
주님 앞에 우리의 눈을 뜨게 하시고
주님의 말씀인 복음의 말씀에 귀 기울이게 하소서.
봉사 받으러 오시지 않고 봉사하러 오신 주님을 본받아
주님과 형제들에게 몸과 마음 다 바쳐
봉사하는 자 되게 하소서.
주여,
우리의 삶에 복음적 가난이 아름답게 꽃피게 하소서.
형제들을 부(富)하게 만드시기 위해
당신 스스로를 비우신 주님을 본받아
우리도 주님과 형제들에 대한 사랑으로
남을 위해 자신을 비우는 그 가난을 본받게 하소서.
특히 가난한 자, 약한 자 소외된 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그들에게 앞서 봉사하는 자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주님의 정신
곧 복음의 정신으로
우리의 삶을 가득히 채워
우리 모두가 주님의 성령의 인도로
나날이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어제는 간만에 시간을 내어서 명동에 갔었다. 약속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명동성당에서 잠시 묵상을 하고 교구청을 한바퀴 돌다가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흉상을 보았다. 그 흉상을 바라보면서 주모경을 바치던 중에 예전에 추기경님께서 쓰셨던 기도문이 생각나서 집에 오자 곧바로 메모를 찾아 보았더니 김추기경님께서 예전에 쓰셨던 기도문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독재치하에서 어렵고 혼란한 가운데서 교구를 이끌면서 고뇌하셨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글이라 생각되어서 신자들과 함께 나누어보려고 옮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