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안식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3-10 21:26 조회수 : 84
사람을 살리는 안식일
기원전 586년 패전으로 포로가 되어 바빌론으로 끌려갔던 유대인들은 40년 동안 혹독한 노예 생활을 통해서 가혹한 노동이 얼마나 비인간적이었으며, 그 경험을 통해서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페르시아에 의한 바빌론이 멸망 당하면서 포로 생활이 끝나고 귀국한 다음에 지도자들과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을 재건하고 경전을 재 집필하면서 성서 창세기에 ‘하느님께서 일곱째 날 쉬셨다’라고 기록했고, 탈출기 안에서 모세의 율법을 정리하면서 일곱째 날 안식일을, 야훼를 섬기는 데 온전히 써야 한다는 취지로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라고 명문화했다. 그러면서 부모께 효도하는 것보다 더 먼저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내야 한다. 그날은 어떤 명분의 노동도 할 수 없고 쉬어야 한다. 그런데 율법학자들은 늘 규제하고 금지하는 것을 권력으로 삼기에 법령을 늘려 모세의 9가지에 딸린 법령이 예수 시대에는 무려 613개로 늘어났다. 그 결과 이제 안식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다. 애매하면 무조건 안 된다고 통제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에는 율법학자들은 아픈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치료해 주는 것조차 노동으로 간주하며 시비하게 되었으니 비정하기 이를 데 없는 율법 이데올로기에 빠지고 말았다. 마침내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들에게 반문하신다. “무엇이 소중하냐? 안식일이냐? 사람을 살리는 일이냐?” 분노하시며 통렬히 질책하셨다.
안식일 법을 제정한 취지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사람을 먼저 보호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목적이다. 국가권력은 국민의 자유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존재 이유고, 힘이 센 자들의 폭력을 제압해달라고 경찰과 군대라는 합법적 무력을 위탁했다. 율법학자들이건 통치 권력자들이건 그 자리에 있는 이유는 백성을 보호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권력자들은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뒷전이 되고 자신의 세도와 사리사욕을 챙기는 걸 우선시했다.
야훼의 정의, 사람의 목숨과 인권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잇속과 지배력만 생각하는 저 율법 학자, 바리사이파들의 유령이 오늘 우리 시대까지도 하느님의 자녀들과 국민을 괴롭히고 있다. 성서에서 예수님께서는 잘못된 안식일 법에 대해서 분노를 분명히 표현하셨다.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우리도 부패하고 무능한 청치 권력의 형태에 분노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살리는 일에 가담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 시대 제자들의 복음 선포이고 하느님 나라 건설 운동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인권사상은 동서고금에 변할 수 없는 진리이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사람을 죽이는 것이 옳으냐? 살리는 것이 옳으냐?”라는 질문을 해 오신다면 나는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