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는 상처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천연 진주를 좋아하는데, 진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나름 아픈 사연이 있다. 진주는 조개가 모래알 같은 자극물에 의해 상처가 생겼을 때, 그 상처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내부반응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초기의 진주는 모양도 제대로 형성이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빛깔이 영롱하지도 않다. 원래 진주조개는 몸속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뱉어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가 여의치 않으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조개껍데기와 같은 성분의 분비물로 이물질의 둘레를 자꾸 감싸게 된다. 조개가 모래알 같은 자극물에 의해 상처가 생겼을 때, 상처 회복에 필요한 온갖 성분이 상처 입은 부분으로 급히 보내지고, 오랜 시간 동안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다가 마지막 부산물로 얻어지게 바로 진주이다.
만약 진주조개가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이 들었을까? 그리고 만약 내 자신이 진주조개와 같은 일을 겪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모래알처럼 상처를 준 사람들을 미워하고 원망하고 증오했을 것이다. 상처 자체를 멀리하고 상처 회복에 필요한 그 어떠한 성분도 보내지 않고 절망의 나날만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미물이라고 여기던 진주조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삶을 성찰해보고 배워본다.
성찰을 해본 나의 모습이 무척이나 나약하게 느껴졌다. 살다보면 생기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치유하지 못하고 그 상처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마저 미워했던 지난 날들이 쉽게 떠올랐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진주조개 처럼 상처가 아물 때까지, 그리하여 빛나는 진주가 될 때까지 차가운 바다 바위 밑에서 참고 견뎌낼 수 있었던 것처럼 내 자신도 인내하고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이제부터라도 들었다는 것이다.
나의 상처가 치료되는 과정 안에서 아름다움을 낳는다는 것을 진주조개를 통해서 다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상처의 고통을 견뎌내는 인내의 힘이 지속되면 진주와 같은 아름다움을 낳는다.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다해 상처를 보듬고 감싸는 일 그것이 아름다운 보석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 세상에 상처받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비오는 날에도 빗방울에도, 눈이 오는 날에는 눈송이에도 자신이 원치 않은 상처가 있을 것이다. 상처가 많은 소나무의 송진향이 더 진하고, 상처 많은 꽃잎이 더 향기롭다.
이제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시 그 상처가 나로 하여금 참되고 아름다운 생각을 하게 해주고 삶을 깨우쳐줄지 어찌 알겠는가? 나는 상처가 아물 때까지 걸리는 그 긴 시간을 이해하고 참고 견디려고 한다. 진정한 삶의 진리를 깨우쳐준 진주조개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