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라
사람은 예외없이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 시간이 길게는 50년 이후, 짧게는 오늘 혹은 내일이 될 수도 있다. 며칠 전에 지인의 20대 아들이 갑자기 외국에서 선종해서 마음이 심란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주변에 함께 있던 사람이 “신부님! 사람이 죽는 날짜를 미리 안다면 어떨까요?”라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지체없이 만약 그렇다면 인생이 참으로 불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죽는 날이 일 년 남았다는 것을 알면 어떨까? 아마도 정상적인 삶을 살기가 어려울 것이다. 생각으로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점점 다가오는 임종 시간 때문에 초조해서 오히려 아무것도 못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는 본당 사제로 살기 때문에 장례미사를 자주 집전한다. 장례미사를 하다 보면 천수를 다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직 하느님 품 안으로 가기에는 안타까운 젊으신 분들도 계신다. 장례미사 전에 사무실로부터 돌아가신 분의 교적을 받아보면 신앙의 기록과 가족관계 살펴본다. 그러면서 망자의 삶은 어떠하셨을까? 하느님 앞에서 진실한 삶을 살았을까? 세상 사람들과 아름다운 사랑을 해보았을까? 생전에 가족에게 자신의 사랑을 얼마나 표현했을까? 그리고 만약 다시 살아나신다면 가장 우선해서 무엇을 하실까?를 생각해 본다.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지 모른다. 확률적으로보면 오래 살수도, 짧게 살수도 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사람들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마음속 깊이 원하고 있는 일들, 가령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혼자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편지를 쓰고, 부모나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일을 뒤로 미루곤 한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에 진심으로 사과하기 보다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화를 위해서라면 주저하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과 정력을 쓸데없이 낭비를 하곤 한다. 또한 주변 사람들의 충고도 무시해서, 결국 자신의 잘못된 말과 행동도 개선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하루는 내 생애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분별없는 행동을 하거나 남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일들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한 교우로부터 “인생은 너무도 중요하지만, 너무도 짧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아요.”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한참이 지난 지금, 나는 그분의 말이 옳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살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내 생애가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들을 구분하며 행동해서 나의 삶이 좀더 가치를 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