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하루살이의 삶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2-22 05:05 조회수 : 117

하루살이의 


하루살이의 일생은 하루다. 정말 하루살이가 단 하루만 사는 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생명이 짧은 것은 사실이다. 하루살이는 입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명의 짧음과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할 때 하루살이를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하루살이가 태어난 날에 하필이면 하루종일 비가 온다면 어떨까? 맑은 바람 한번 들이켜지 못하고, 따스한 햇살 한번 쬐어보지 못하고 일생 동안 비만 맞고 있다가 생명을 다 하게 된다. 여러 해 동안 물속에 있다가 겨우 알에서 깨어나 맑은 세상을 날 수 있는 성충이 되는데 하필이면 하루종일 비가 온다니..... 


우리 인간에게는 하루는 짧은 시간이지만 하루살이에게는 평생의 시간이다. 내일이 남아 있다면 괜찮겠지만 하루살이한테는 내일이 없다. 내일이 없다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시 우리가 하루살이인데 하루종일 비가 오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늘을 원망하고 운명을 한탄하다가 그대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살이도 맑은 바람과 햇살 속에서 일생을 보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하루살이에게는 비가 오지 않게 할 수는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환경을 참고 인내하는 가운데 묵묵히 비를 맞으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루살이가 해지기 전에 냇가를 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은 살아 있는 동안 구애를 하고 사랑을 나누는 행위이다. 무리지어 군무하는 하루살이들은 대부분 수컷들로서 상하 비행운동, 즉 아래위로 날며 비행을 한다. 그러다가 암컷들이 군무 속으로 날아들면 수컷은 암컷과 함께 허니문 비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허니문 비행이 끝나면 물속에 알을 낳고 몇 시간 만에 죽음을 맞이한다. 


하루살이가 그 짧은 삶 속에도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그렇게 열정적으로 서로 사랑을 나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러니 비가 오는 것쯤이야 무슨 대수이겠는가. 빗속에서도 열심히 살고 사랑해야 하는 것도 하루살이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하루살이로서 살아갈 시간이, 사랑할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는데 비가 온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상황이 나빠도 주어진 생명의 시간을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하루살이에게 주어진 숙명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살이가 하루종일 비가 와도 원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주어진 나날을 하루살이의 마음이 되어 최선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서 열심히 살아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