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교회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입니다
지금은 은퇴하신 신부님께서 새로운 부임지를 갈 때마다 첫 일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우 여러분, 만일 하느님 앞에 1등 신부, 2등 신부, 3등 신부가 있다면 신부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교우 여러분들의 도움이 무엇보다 저에게 필요합니다. 또 하느님 앞에 1등 교우, 2등 교우, 3등 교우가 있다면 여러분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부족하나마 이 사제의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입니다.”
그분은 사제들의 모임에서 그동안 신부 생활을 하면서 겸손해지려고 노력도 했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인내하려 했지만,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결국에는 뽐내고 자랑하고 교만했으며 참고 인내하지 못하여 교우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고 고백을 한 적이 있었다.
나도 그 원로 사제의 고백에 충분히 공감을 한다. 이유는 나도 비슷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돌아보면 그때마다 내 약점과 부족함을 감싸 주고 채워 준 이들은 다름아닌 바로 교우들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그동안의 사제 생활을 하면서 내가 교우들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교우들이 신부인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마음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을 가슴속에 새기며 살고 있다.
교우들로부터 끝임없는 오는 기도의 힘을 통해서 사랑과 격려, 힘과 용기를 얻게되어 약점과 부족함을 채워 가는 신부가 이 땅에 어찌 나 하나뿐이겠는가. 다만 나를 비롯한 모든 신부들이 그 고마움과 정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뿐, 언제나 가슴 깊은 곳에 교우들에게 대한 사랑과 존경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사실 신부와 평신도의 관계는 수레의 양 바퀴와 같다. 서로서로 지탱해 주고 함께 굴러가 주어야만 수레는 양 바퀴가 정상적일 때만 자신의 임무를 완성할 수 있다. 교회에서는 교우라는 수레바퀴와 신부의 수레바퀴는 꼭 있어야만 한다. 한쪽 바퀴가 없는 수레, 그리고 한쪽 바퀴가 작은 수레를 생각해 보라. 정상적인 궤도를 절대로 갈 수 없다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평신도는 교회 안에서 사제와 수도자와 더불어 하느님의 소중한 보물이다. 하느님의 보물인 평신도는 부서진 수레바퀴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평신도인 여러분은 하느님이 주신 이 세상의 소중한 보물이요, 평신도인 그대의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사제들의 마음의 고향이며, 평신도인 그대의 사랑과 헌신은 이 세상 교회의 에너지원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