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2-05 04:48 조회수 : 92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아직도 가끔은 연천 생각이 난다. 난 군대생활 조차도 대도시에서 했다. 그래서 시골에서 지낸 것은 아주 어렸을 때 할머니댁에 가끔 놀라가서 경험한 것이 전부다. 그리고 4년 가까이를 살았기에 여러 가지 일도 많이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아쉬움도 많았다. 연천은 밤이면 정말이지 컴컴하고, 인적이 드물어서 가로등도 거의 없다. 그래서 산 중턱에 있는 학교는 하늘을 바라보면 쏟아지는 별을 그대로 다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나는 밤하늘에 떠있는 달보다는 별을 더 좋아 한다. 내가 별을 좋아하게 된 것은 어릴 때 외갓집에 가서 평상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다 잠이 들었던 추억 때문이다. 그래서 밤하늘의 별은 언제나 푸근하게 느껴진다. 나에게 달은 감성적인 느낌이고 별은 이성적으로 느껴진다. 달이 슬픔이라면 별은 그 슬픔을 껴안고 일어서는 희망처럼 느껴진다. 

달은 매일 변하지만 별은 변치 않기에 좋았다. 물론 별자리도 변하지만  한 달을 주기로 바뀌는 달과 일 년을 단위로 서서히 바뀌는 별자리와는 그 느낌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변치않은 것처럼 보이는 별을 보면서 외진 곳에서 힘든 일들을 별을 통해서 위로를 받았다.  


이제 서울로 이사오면서 별을 바라볼 일이 없다. 어린 시절에 바라본 별들은 촘촘했고 색도 마냥 푸르다고 생각했는데,  환갑이 넘어서 바라보는 별빛은 숫자도 적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분명히 하늘의 별은 변한 것이 없는데 세월에 흐름에 따라서 눈도 침침해지고 마음도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밤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별들이 어둠 속에 있기 때문에 더 빛나는 것처럼 내 인생도 시련과 어려움 이라는 어두움이 동반될 때 나라는 별이 찬란하게 빛 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쩐지 어설프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늘 어두운 밤이 있었다. 질병이라는 밤, 이별이라는 밤, 좌절이라는 밤 등 셀수 없을 만큼 어두운 밤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그 밤을 애써 외면했고, 눈을 감으면 사라질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았다. 그리고 피할 수만 있다면 나에게는 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밤이 오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는 별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별이 뜨지 않는 인생이란 죽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면서 살아왔음을 고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