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모두 함께 행복해지는 공동선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2-22 04:20 조회수 : 88

모두 함께 행복해지는 공동선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70년 전인 1954년 2월 프랑스는 영하 20도의 매서운 한파가 몰아쳐서 동사자가 속출했고, 특히 빈민들과 노숙자들이 피해가 심했다. 그러던 중 집세를 내지 못해서 강체 퇴거된 여성이 파리의 한 거리에서 얼어죽었다. 이 여인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피에르 신부는 절박하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한 라디오 방송에서 호소하였다. “친구들이여, 도와주시오! 집 없는 한 여인이 오늘 새벽에 얼어 죽었습니다. 오늘 저녁, 늦어도 내일까지 우리는 담요 오천장, 대형 텐트 삼백개, 그리고 난로 이백개가 급히 필요합니다.” 

이 호소에 대한 반응은 ‘선한 폭동’ 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났다. 라디오 방송국에는 전화와 편지가 넘쳐났고, 엄청난 성금과 물품이 쏟아져 들어왔다. 무엇보다도 큰 수확은 이 방송을 계기로 프랑스에서는 본격적으로 노숙자 문제가 사회적 이유가 되었고 결국 의회에서는 겨울에는 세입자를 쫓아내지 못하도록 하는 보호법을 만들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이처럼 인간의 주거권을 비롯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기 위한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은 한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공동선’을 제도적으로 추구하고 보장할 책임이 있는 국가의 정치 제도가 미비한 탓이기도 하고,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자기만을 생각하는 우리 각자의 이기심 때문이기도 하다. ‘공동선’ 이란 인간의 기본권을 포함해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자기완성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모든 사회생활 조건들을 총칭하는 기본원리이다. 이런 자기완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화의 올바른 분배와 이웃 사랑의 정신이 필수적이다. 특히 국가는 올바른 정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제도가 부족하다면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 가격 폭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주택 보급율은 100%가 넘지만 국민의 절반이 아직도 무주택자로 남아있다. 또한 치솟는 전세값을 견디지 못해 삶의 터전을 외곽으로 강제로 옮겨야 하는 사람들과 열악한 집에서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 그리고 아예 집을 마련할 능력이 없어서 많은 이들이 결혼을 포기하고 그로 인해서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주택을 많게는 수백 채씩 소유해서 부의 축적의 수단으로 삼는 이들도 흔치않다. 이런 불의한 현실을 개선하지 못하는 한 모든 일들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공동선’의 실현은 요원하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평범한 시민에게 돌아온다.


선한 폭동 유발시킨 피에르 신부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세상에는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강한 자들로 향하는 길인데 그건 욕망이고 전쟁이다. 다른 하나는 약한 자들로 향하는 길이며 그건 바로 평화다.” 우리 교회는 과연 평화의 길로 향하고 있는가? 길을 따라 앞장서 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