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믿음은 현실이 된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11-29 21:06 조회수 : 84

믿음은 현실이 된다


오늘이 지나면 위령성월이 끝나고 대림시기가 시작된다. 위령성월에 신자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죽음 다음의 내세는 정말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면 나의 답은 항상 명쾌하다. "제가 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라고 답을 한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부활을 통한 내세가 있다고 믿으면 신앙인이고 없다고 단정하면 무신론일까? 일반적으로 전생이나 내세에 대한 관심은 비종교인이 더 많다. 세상은 발전해도 뜻밖의 사고는 늘 있고, 예전이라면 자연스럽게 죽음으로 받아들였지만 최근에는 응급구조와 심폐소생술 같은 것으로 인해 생환율이 높아졌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죽음을 체험했다가 깨어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의 한결같은 공통된 증언들도 있는데 가령 어떤 터널 같은 곳을 지나고 큰 빛을 만난다는 것 등이다.


루가복음 16장에 나와있는 '부자와 나라로' 이야기는 죽음 이후의 세계는 생전에 믿는 만큼으로 현실화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나자로'라는 이름의 뜻도 '하느님의 도움을 받는 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부자 역시 그가 살아오면서 믿었던 대로 결정되었다. 대문 밖에 거지가 앉아 있건 말건 '너와 나는 아무 상관이 없다. 모두 자기 능력대로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삶을 살았다. 하기야 밥 한 그릇 적선하지 않아도 불법은 아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결과는 자신이 책임을 지면 된다. 부자는 지옥불을 경험하게 되고 후회를 하면서 읍소를 하지만, 아브라함 품에 있던 나자로와 부자의 사이를 가르는 강은 너무 넓었다. 부자는 불타는 목마름에 간청했지만 평소 자신의 믿음대로 물 한 방울 건네 받을 수 없었다. 그러고보면 자신의 믿음대로 된다는 것은 좋기도 하지만 때로는 너무 무섭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서, 사제들에게는 신자들이 확실히 믿도록 가르쳐 줘야 하지 않는냐?는 책임감으로 돌아온다. 나를 옹호하자면 평상시에 예수님의 가르침은 충분히 전했고 때로는 넘쳤지만 많은 이들이 외면하고 대신 재물과 세속에 대한 갈망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본인들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적지 않은 신앙인들이 많이 가지고 싶어하고 그것만이 자신을 보호해 준다고 믿으면서 살기에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데 힘이 부친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돈의 위력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생전에 나자로는 예수님을 믿었고 자신의 구원은 하느님께서만 가능케하신다고 믿었고 그래서 그는 내세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내세가 있느냐 없느냐 논쟁도 필요없고 싫으면 믿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가 믿고 살았던 성적표를 바탕으로 부활 이후의 삶이 결정된다는 것을 성서에서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는 것은 꼭 기억을 했으면 좋겠다. 내가 진정으로 살아 있음을 결정하는 것은 숨쉬기 때문이 아니고 내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인정하면서 살아가고 있느냐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오늘 하루 동안 위령성월을 마무리하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적으로 믿고 나의 삶을 성찰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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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 대성당 안에 있는 옛 교구장들의 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