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인성이 타락하는 이유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11-28 21:11 조회수 : 79

인성이 타락하는 이유


나는 5·16쿠데타가 일어난 직후에 태어났다. 그래서 군사문화의 환경 속에서 자랐기에 획일화된 문화 속에서 경제적인 급격한 발전과 변화를 체험하기도 했다. 그 시대는 새로운 것이 나타나고 동시에 너무나 크고 소중한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시대이기도 했다. 특히 전통적 도덕과 윤리의 삶은 무능력과 동등시되어서 삶에서 부정당해 낡은 것으로 낙인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도 그러한 것을 다시는 찾으려 하지 않았다. 인정과 대가족과 소박한 삶과 같은 고귀한 가치들이 철저히 붕괴하여 가는 과정을 목격하며 살았다. 하지만 동시에 미래를 위한 희망도 있었다.


과거가 되어버린 세월호 희생자 문제나 현재 진행형 중인 이태원 희생자 문제에서 국가와 인간의 무책임을 보았다. 문명 시대에서 세월호나 이태원 문제는 터무니없는 재앙이었다. 자식을 잃고 원통한 부모들이 분노와 좌절했고 오랜 기간 단식으로 항의 했고 지금도 저항하고 있다.

그런데 극우 가스통 할배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수 젊은이들이 비인간적인 작태는 정말 큰 슬픔이었다. 단식하는 사람들 앞에서 피자와 치킨을 시켜먹는 모습은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사고로 인해 생명을 잃어버린 가족을 위로해 주지는 못해도 조롱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성적인 문제보다도 인성의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큰 특징이 ‘공감 능력’이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인성이 이렇게까지 타락했을까? 


자식을 낳고 올바른 사람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것이 부모의 첫 번째 가는 의무이다. 그런데 사람 만드는 교육은 하지 않고 돈 벌고 자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 부모가 최고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물론 능력이 있는 부모는 그렇지 못한 부모보다는 좋은 부모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돌아보아야 한다.

행위란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좋은 생각,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공부하고 어른으로부터 배우는 것인데, 사람 공부가 아닌 입시 장사꾼들에게 자식을 맡긴 결과로 인정(人情)이 삭제된 무뇌한 인성들이 등장한 것 같아서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살아가면서 공감능력이 사라지고 영성을 느낄 수 없으며 사람을 상품의 가치로 평가하는 세상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질 수가 없다. 그런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적 가치나 인간관계가 무의미해진다. 그런 교육이 멈추질 않는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도 믿음도 없고 감정과 인정이 생성되지 않는다. 염치와 측은지심이 생길 리가 만무하다. 돌아보면 예수님도 이스라엘 백성의 신앙인 선민의식이 이방인보다 못하다는 우월감에 대해서 개탄하셨다. 지금부터라도 창조주께서 주신 질서로 돌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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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 대성당 안에 있는 감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