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느림의 미학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2-11-21 15:02 조회수 : 27

느림의 미학


요즘 세상의 모든 것이 속도와의 전쟁이다. 변화와 발전도 쉴새없이 이루어지고 무엇보다도 그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눈부시게 빠르다.

독일의 작가 스텐 나돌니가 쓴 소설 <느림의 발견>은 느림과 여유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 책에 대한 사람들의 큰 관심은 쉴 새 없이 바쁜 일상에서 오히려 ‘느림의 미학’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이나 노인의 행동은 성인에 비해 느린 편이다. 성인이라도 질병이나 장애가 생기거나 나이가 듦에 따라 행동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몸과 혈압과 신경 등을 통해 삶의 속도를 줄이고 휴식을 취하라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우리는 중년기에 접어들면서 예전처럼 재빠르게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곤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빨리 행동하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는데 우리는 왜 그리  서두르는 것일까?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피아니스트는 여든 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훌륭한 연주할 수 있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예술의 본질은 선택과 극대화, 균형, 조절에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면 일의 양을 줄여야 한다. 그것이 전체적으로 더 많은 효율을 가져오고 더 훌륭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욱이 일의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할 때는 더더욱 속도 조절과 효율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모든 일을 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일을,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서 수행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한다면 기꺼이 자신에게 허락할 줄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빠르지는 않더라도 선택하거나 맡은 일을 꾸준히 한다면, 확실하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목표에 도달한 성공의 기쁨을 누릴 충분한 시간도 갖을 수 있다. 이게 느림이 주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