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쩨다카 정신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7-10 08:07 조회수 : 86

쩨다카 정신

 

몇 년전에 삼성경제연구소가 ‘한국의 선진화 수준’이라는 보고서를 발표를 한적이 있었다. OECD국가 중에서 기부를 통한 사회 지도층의 기여도를 측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항목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들 중 꼴찌였다. 우리가 인색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유대인은 기부문화가 생활화되어 있다. 미국 인구의 2퍼센트에 불과한 유대인이지만 국가 전체 기부금의 50퍼센트를 낸다는 통계가 있다. 유대인에게는 기부나 자선은 남에게 내세울 자랑거리가 아니고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물질을 베푸는 것은 하느님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유대인은 하느님께 감사의 제물이나 속죄의 제물로 가축을 잡아 바쳤는데 이것을 ‘쩨다카’라고 한다. 그러나 로마에 의해 성전이 파괴가 되고 유대인들이 각 나라에 흩어진 이후에는, 하느님께 바칠 제물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쩨다카를 계속 실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날 쩨다카는 ‘구제’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유대인 회당에는 항상 쩨다카를 넣을 수 있도록 ‘푸쉬케’라는 상자가 놓여 있다. 가난한 유대인이라면 누구나 그 상자에서 2주일 치 생활비를 꺼내 갈 수 있다. 이런 기부 정신은 어린 시절부터 쩨다카를 실천하면서 몸에 밴 것이다. 그들은 집에도 푸쉬케가 놓여 있어서 안식일에는 어김없이 쩨다카를 실천하는데 용돈을 받는 아이도 예외없이 자기 용돈을 절약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넣는다.

 

쩨다카는 비단 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지식과 정보도 해당된다. 먼저 성공한 사람이 젊은이나 가난한 사람을 도와서 그가 빨리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그가 어느 정도 성공하면 다른 사람에게 그와 같은 일을 반복한다. ‘쩨다카’는 ‘테슈바(회개)’, ‘트필라(기도)’와 함께 유대인의 3대 의무이다. 쩨다카는 8단계가 있는데 단계가 높을수록 훌륭한 쩨다카이다.

 

1) 아까워하면서 주는 것

2) 줄 수 있는 것보다 덜 주지만 즐겁게 주는 것

3) 달라고 해서 주는 것

4) 달라고 하기 전에 주는 것

5) 주는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받는 자에게 주는 것

6) 주는 자는 받는 자가 누구인지 알지만 받는 자는 모르게 주는 것

7) 쌍방이 서로 모르면서 주고받는 것

8) 받는 사람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최상의 쩨다케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란 점에서 유대인들은 식량을 주는 것보다는 식량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최고의 자선이라고 생각해서 높은 차원의 자선을 베풀려고 노력한다. 유대인은 공부도 자연스럽게 자선이라는 행위와 연결시킨다. 유대인들은 성서에 나와 있듯이 가난한 사람과 고아를 교육하고 보살피는 일은 사회 공동체 전체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대인은 어린 자녀들에게 경제교육과 더불어 쩨다카 정신을 가르쳐서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